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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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내가 무얼하나 싶기도 하다. 늘 외롭고 가슴 한 켠이 허전하다. 박박 긁어내어 바닥을 드러낸 가슴 속은 더이상 꺼낼 찌꺼기도 남아있지 않다. 모든 게 눈 녹듯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잊은 척 나를 기만할 따름이다. 또렷하게 나를 에워싼 공기를 눈감고 귀를 막아 모른척 뒤돌아 있다. 잊지않기위해 내 절망스러운 마음을 담아 기록해 둔다.

by einzelne | 2009/07/02 01:26 | 트랙백 | 덧글(0)
소리가

새어나갈까봐 이불 속에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울었다. 새빨개진 두 눈과 눈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이 가여워 또 한참을 울었다. 무어라 말 할 기력도 없지만 아무 말이라도 뱉어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모니터와 자판을 마주한다. 인생의 무지개를 위해서는 눈물을 견뎌야 한다고 했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고도 했다. 하, 성숙해져서 좋은 게 뭘까. 난 그냥 아프고 싶지 않다. 커다란 돌덩이가 마음을 짓누르는 것 마냥 무겁다. 슬프다.

by einzelne | 2009/06/28 04:38 | 트랙백 | 덧글(0)
오빠에게 남기는 글

당신이 눈물나게 고마운 이유를
난 앉은 자리에서 백가지도 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한번에 다 이야기해버리는 건 별로 재미가 없으니까
두고두고 꼭 한가지씩만 이야기해주기로 한다.

백가지 중의 첫 번째 이유는,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살아있어 나를 만나고 내 영혼을 만나고 내 눈물을 만나준 것에 대해
나를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한 것에 대해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언젠가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영영 잊어버리는 날이 온다고 해도
내 속에 남아있는 이 고마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세상을 떠난다 해도
세상이 끝난다 해도
그 마음만은 영원히 남아 이 우주 어딘가에서
당신을 그리워 할 것이다.

정말로 고마워. 그리고 고맙습니다.

 

by einzelne | 2009/06/09 02:27 | 트랙백 | 덧글(0)
또 후회

늘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고 가슴에 자국이 남도록 되뇌었지만 막상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은 온통 후회로 가득차 있다. 앞으로 또 얼마만큼의 후회를 남기고 또 나는 얼마만큼의 상처를 안고 가야할 지 겁이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가야할 길에는 홀로된 나만 남아있고 지독한 외로움의 끝에서 떠오르는 것은 어렴풋하게 보이는 몇 몇 사람들의 뒷모습이지만 그마저도 너무 희미해서 이제는 가라앉은 나를 꺼낼 자신이 없다. 모든 일은 생각하는대로 흘러가게 되어있다지만 이렇게나 나약한 나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만을 머리속에 가득 집어넣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지옥을 경헙하고 있다. 힘들다. 무책임하게 먹어가는 나이들과 무섭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나는 더더욱 작아지기만 한다. 

 

다음 일기는 이보다 한결 밝아진 공기를 담을 수 있길.

by einzelne | 2009/03/15 03:32 | 걷는발자국만큼 | 트랙백 | 덧글(0)
이성복 산문집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입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그에게 예술은 성스러움의 세속적 대체물

그는 자신이 아무리 위엄 있는 자세를 보이더라도 자신 속의 어린아이 하나가 깔깔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채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신의 삶과, 삶 속에서 형성된 자아 또한 무수한 '겹'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어느 쪽이 '껍질'이고 '알맹이' 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평상시 그는 자신이 무척 다정다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때로 자신의 냉혹함과 비정함의 단적인 증거 앞에서 당혹하며, 평소 소심하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그가 돌연히 남들의 기대와 예상을 뒤엎고 얼토당토않은 짓을 저지르거나, 저질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그 자신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대체 자기가 어떤 사람인가를 자문해보지만 끝내 자신의 정체성을 밝힐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자신의 주인도 지배인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빽빽한 어둠이야말로 그의 주인이며 지배인일 것이다. 그가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그의 이름을 내걸고 어둠의 삶을 사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는 자기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는 자신에게 글쓰기는 액자속 사내의 거꾸로 살기를 답습하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며, 따라서 화염과 독기로 뒤덮인 세상에서 자신이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카프카와의 대화, 고돇한 영혼의 길, 토마스 만의 단편집 중 토니오 크뢰거)

책들, 내 서가의 가장 따뜻한 곳에서 아직도 측은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책들, 그 책들의 눈빛을 나는 잊을 수 없다. 게으른 내가 무관심과 무감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그 책들은 나에게 '일어나라' 고,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고 단호한 음성으로 타이른다. 십대의 랭보가 칠십이 넘은 랭보 연구가의 변함 없는 스승이듯이, 나의 정신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날 때 만나 그 책들은 언제나 나보다 나이가 많다. 아직도 나는 내가 택한 길 위에서 방황하며 그 책들이 가리키는 방향과는 반대편에서 노닥거리고 있으니, 더 나이 들어 내가 감당해야 할 후회는 얼마나 클지. 언제는 나도 좋은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은 내가 살아야 할 삶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것을 잘 알면서도 내 몸은, 내 정신은 좀처럼 후회하지 않는다. 비교적 안락한 생활에 적당히 만족할 줄 알게 된 나는 이제 서서히 내 기억 속의 책들의 눈빛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배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들, 이제는 너희가 나를 포기할 때가 되지 않았는지 ?



by einzelne | 2009/02/05 18:57 | -문화/예술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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